전동호 공학박사 도로 및 공항기술사 전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서호면 엄길 출생 |
우리나라는 450개소, 810개 코스에 9,350여 홀을 갖고 있다. 세계 8번째 규모다. 1위는 미국 9,200개소, 2위는 일본 2,200개소, 중국은 400개소쯤 된다. 국내 골프장은 년 매출 5조, 인수합병액도 1조원을 넘어섰다. 이외에도 9홀, 연습장, 스크린 시설 등을 포함하면 9,200개소에 용품점만 3,400곳이나 된다. 대단한 스포츠가 되었다. 하지만 대중화는 못됐다. 비용 때문이다.
그런데 월 회비가 정규홀 1회 그린피의 절반도 안 되는 곳이 있다. 벌써 겨울 동백꽃을 준비하는 신북 파쓰리 골프연습장이다. 국도 13호선과 인접하여 80~140m 길이 7개 홀이 예쁘게 자리했다. 해만 뜨면 아무 때나, 인원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는 것은 만만치가 않다. 스스로 도우미와 카트 역할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날엔 땀으로 목욕을 한다.
그런데도 이곳 어른들은 한 번에 4바퀴, 28홀을 거뜬히 소화시킨다. 비가 없는 날이면 시어진 머리카락에도 걸음걸이는 예전 청춘이시다. 천원짜리 내기가 모아지면 터미널 옆 골목으로 직행해서, 실시간 차려진 고구마순 무침과 돼지주물럭 등 아침밥상을 내게 한다. 천하 일미에 막걸리 한 잔도 빠질 수가 없다. 소문난 양띠 누님의 손맛이다.
싱싱한 재료는 3, 8일 신북장에서 조달한다. 바다가 막힌 사십여 년이지만 짱뚱어, 맛조개, 낙지 등 해물도 나온다. 살아있는 입맛을 챙기는 삼호 아짐의 어물전이다. 부족하면 5, 10일 영암장까지 나간다. 이런 얘기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내게도 기회가 왔다. 동쪽 하늘이 붉어져가는 이른 아침이다. 차창 앞으로 한바탕 빗줄기를 쏟아낼 것 같은 먹구름이 검붉게 타올랐다.
벌써 많은 회원들이 오셨다. 해가 오르면 눈도 같이 트인다는 말씀이다. 두 바퀴에 흥건히 젖었다. 그냥은 나갈 수가 없어, 샤워장을 찾았다. 그런데 거의 난장 수준이다. 봐줄 수가 없었다. 거미줄을 걷어내고 수북이 쌓인 장식장 먼지와 유리창, 벽 곰팡이를 닦았다. 그리고 바닥 이물질을 밀어내며 찌든 때를 솔질하다보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났다. 내 안의 찌꺼기까지 땀방울로 흘러내렸다. 행복이란 게 멀리도, 따로도 아니었다.
아침밥상은 8시에 이미 시작됐다. 늦은 이유를 설명하는 ‘제주 많은 학생’의 말씀에, ‘날마다 하라고 하쇼.’다른 목소리가 이어졌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며 자리했다. 기회가 오면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손맛은 소문대로, 서울 최 사장이 ‘누님, 언제 맛있는 한 상 부탁드립니다.’고 고향 길에 주문할만했다.
이곳 파쓰리 연습장은 김세영, 신지애, 전인지 프로 등이 어린 시절에 거쳐 간 곳으로 유명하다. 영암사람들이 내기에 강한 것은 여기서 터득한 솟게임 덕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흠도 보인다. 노후시설 개선과 여기저기 쓰레기는 얼른 치워져야겠다. 철따라 피고 지는 꽃도 추가하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몸이 건강해지면 잔병치레가 없어지고 국가부담 보험료 또한 줄어들게 될 것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이다. 갯벌 천일염이 우리의 입맛을 맞추며 코로나19 저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혹여 짜게 먹었다면 물을 더 마시면 되고, 이는 다른 노폐물까지 배출하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동네에도 파쓰리를 더하게 할 순 없을까? 게이트볼, 파크볼 등과 하나 되는 ‘생활건강타운’을 만드는 일이다. 행복한 생각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