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홍정운 학생을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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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홍정운 학생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보라미 전남도의원 정의당 전남도당위원장
10월 내내 뭔가 기록하며 반성하지 않으면 안될 것같아 가슴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았던 사고.
10월 6일에 일어난 여수 해양과학고 3학년 홍정운 학생의 사망사고입니다.
4남매를 둔 아버지의 경제적 짐을 덜어주고 싶어 직업계고를 택했던 마음 착한 홍정운 군이 현장실습을 나간지 열흘만에 차가운 시신이 되어 아버지 곁으로 돌아오는 황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해경에 따르면 잠수부들은 통상 6kg 짜리 납을 사용하는데 홍군은 그 두배인 12kg 무게의 납 벨트를 허리에 차고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조선소에서도 선박하부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작업은 최고의 경력과 실력을 갖춘 전문 잠수부에게 맡기는데 잠수 자격증도 없는 홍군에게 요트 바닥의 따개비를 제거하는 작업을 시켰습니다. 더군다나 친구들에 의하면 홍 군은 물을 무서워했다고 전해져 잠수 작업을 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의문을 지울수 없습니다.
지난 20일,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관련 공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습기업과 같이 개발해야 하는 홍군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단독으로 만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해당 직업계고는 이 프로그램을 실습기업과 공유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일차적 책임이 학교에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거기에 실습업체 또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이 업체는 현행 직업교육훈련촉진법과 근로기준법상 잠수가 불가한 18세 미만 학생인 홍군에게 잠수 작업을 시켰고, 안전·보건 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정해진 실습시간 또한 지키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허술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현장실습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너무나 화가나고 참담합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 70시간 가까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현장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2014년 1월에는 CJ 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상사의 폭언, 폭행 등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2017년 1월에도 전주 콜센터에서 일하던 홍수연 양이 과중한 업무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제주도 생수공장에서 일하던 이민호 군이 프레스기에 끼어 사망했습니다.
박정희 정권하에 만들어진 현장실습제도는 학생들이 희생될 때마다 땜질식 개선안들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교육부는 고 이민호 군 사망사고 이후 내놓은 대책과 비슷한 내용들을 내놓고 있으니 문제의 심각성이나 본질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구조적으로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故 홍정운 현장실습생 희생으로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현장실습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생각하는 기업과, 현장실습 기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관리시스템이 바뀌어야 아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루평균 6명의 노동자가 생명을 잃어도 기업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현 사회구조로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어떤 부모를 만나냐에 따라 어떤 아들은 이명증이라는 질병으로도 50억의 산재보상금을 받고, 어떤 아들들은 하루 벌어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나갔다가 산업재해로 죽임을 당해도 몇푼 안되는 보상금으로 넘어가려하는 이 불평등한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청소년들의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수십 년간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온 직업계고 현장실습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장실습제도 폐지입니다.
그리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안전한 일터를 요구할 권리와 노동자로 사회에 나갔을 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등을 학생들이 먼저 배우게 해야 합니다.
또한, 5인미만 업체들은 제외하며 업체들은 취업 적합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작업 투입전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며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노동부가 점검해야 합니다.
그 외 근본 대책들을 여러 교육 전문가, 현장에서 뛰고 있는 교사, 당사자인 학생 들이 주체가 되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합니다.
"정운이의 죽음이 하나의 촛불이 되어 수많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던 유가족의 피맺힌 말씀을 깊히 새겨야 하겠습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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