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용 문태고등학교 교사 도포면 영호리 출신 전남대학교 지역개발학 박사과정 |
하지만 우리가 바쁘게 살아오면서, 또 세상이 바뀌었다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 집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저 몸 건강하고 학교 공부 잘하면 되었지 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자녀들은 제갈 길을 가는데 부모나 어른들은 여전히 그들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도 70년대 80년대의 모범생을 이상으로 생각하고, 지금 21세기 아이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하루하루 학생들과 교실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선생님들은 요즘 아이들이 답답하고 이해 못할 녀석들이라고 한탄을 하고 있지만, 정작 답답하고 미치는 이들은 바로 그런 교사들을 마주하고 있는 아이들일 것이다.
지난 번 칼럼에 이어 MZ세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주영 칼럼니스트는 MZ세대들이 갖는 두드러진 특징을 다섯 가지로 꼽고 있다. 꽤 잘 정리된 통찰을 보여주어서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MZ세대는 다양성을 추구한다. 다양한 만남을 통해서 다양한 문화를 섭렵하고 다양한 삶을 추구한다. 이 만남을 면대면 만남이라고 생각한 독자는 이미 기성세대 '꼰대'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여기서 만남은 당연히 온라인에서의 느슨한 만남을 말한다. 다양한 만남을 통해 MZ세대는 자신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하려 한다.
둘째, 기성세대들이 요즘 아이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고 이기적이다고 미리 치부해버리는 반면, 사실 이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아주 많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불의한 세력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발적이고 집단적으로 대처한다. 정의로운 세력에게는 격려를, 비도덕적인 세력에게는 철퇴를 가한다. '갓뚜기' 일이나,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에 많은 젊은이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던 일, 'No Japan'운동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인은 '냄비근성'이 있다고 덤볐다가는 이제 큰코다친다.
셋째, '후렌드' 관계를 형성한다. 후렌드는 Friend와 Who의 합성어이다. 누구나와도 친구가 된다는 의미이다. 인터넷상에서 느슨한 관계는 가치관이 같으면 누구나와도 연대할 수 있다. 그러니 가치관이 틀리면 언제라도 부담 없이 관계망을 끊는다.
넷째, 생활의 모든 일을 '놀이'로 여긴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으면 망설임 없이 관심을 끊는다. 기존의 정보전달 방식인 Top-down방식은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이러니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할 리 만무하다. 이들은 우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고 재미있는 일이면 바로 몰입한다. 이런 MZ세대의 모습을 기성세대들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다섯째, 스마트 소비이다. 앞의 모든 특징은 바로 그들만의 소비 방식으로 이어진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작지만 열심히 사회문제에 참여하면서도 느슨한 관계망을 선호한다. 하는 일에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는 과잉보다는 절제된 소비를 실천하려고 한다. 이들은 이미 자기들이 살면서 비싼 주택을 소유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밸런스가 맞는 소비를 하며 사는 것을 택한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도 바로 밸런스를 추구하려는 성향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처럼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하물며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이해한다는, 집단이 다른 집단을 이해한다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MZ세대 내에서도 '이대남'과 '이대녀'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그들만의 확연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 보이니 말이다. 결국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세대 간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한 노력들이 많이많이 필요한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