鐙子(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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鐙子(등자)

황형주 전 성균관 청년유도회 학술위원 청어람고전연구원장 호남선비문화원 사무국장
많은 현대인들은 삶에 불안감을 호소한다.
정치, 경제, 과학 등 인간이 단단하게 발 딛고 있어야 할 모든 환경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승마에 비유하면 발걸이 없는 말에 올라타 달리는 것과 같다.
발걸이가 없으면 빨리 달릴 수도,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도, 고삐에서 손을 놓을 수도 없다. 그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만이 가능하다.
현대인들에게는 삶이라는 말 위에서 그저 버티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고정대, 즉 발걸이가 필요하다.
말의 등에 걸려있는 발걸이의 진짜 이름은 ‘등자(鐙子)’다.
안장, 재갈, 박차 등 다른 승마기구에 대해서는 익숙하지만 생소한 이름이다.
등자 등(鐙)자는 쇠 금(金)자와 오를 등(登)의 합성어다. ‘쇠를 밟고 말에 올라 탄다’는 뜻이다.
이 등자는 단순한 발걸이의 의미를 넘어 세계 역사를 바꾸는 데 지대한 영향을 준 발명품이다.
등자가 개발되기 전 인간은 빠르게 달리는 말 위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한 손으로는 무조건 고삐를 잡고 있어야 했으므로 빠른 속력을 낼 수도, 말 위에서 상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도 없었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등자 발명 이전에 기병은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보병에게 돌진하고, 달리며 활을 쏘는 형태의 전투 무기가 아니라 빠른 이동 수단에 더 가까웠을 것이라 추측한다.
하지만 등자가 개발되고 안정적인 탑승, 빠르고 현란한 기마술, 말에서 두 손을 모두 떼고 활을 쏘는 기마궁술이 발전했고 말은 전장에서 그야말로 지금의 탱크, 전차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등자 개발의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이 바로 몽골제국이다.
등자를 사용한 몽골 기병은 중국의 보병과 기병을 손쉽게 쓰러트릴 수 있게 됐고, 중국 땅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호령할 수 있었다.
현대인들에게는 무엇이 등자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가족, 종교 등 많은 버팀목이 있지만, 필자는 우리 선현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동양고전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공자의 논어를 통해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 군자가 되는 법을 배운다면 마음이 단단히 안정돼 허둥대지 않는 ‘군자탄탕탕’의 경지에 가까워질 수 있다.
맹자의 ‘지언’을 이해할 수 있다면, 편파적인 것과 과장된 것 그리고 도리에 벗어난 것이 무엇인지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서 바른길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또 노자 철학의 핵심인 ‘무위자연’을 체험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평안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영암 왕인학당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맹자집주’ 고전 강좌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영암군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현대인의 마음에 등자가 되어 줄 옛 선현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삶이 불안하고 안정되지 않는다면, 달리는 말 위에서 떨어질 것 같은 상황이라면 왕인학당에 찾아와 강의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흔들리는 당신을 잡아줄 등자가 되어 줄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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