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영암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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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영암의 기회

정기영 세한대학교 교수
최근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이상고온 및 폭우 발생 등, 이로 인한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021년 7월 독일·벨기에 등지에서 1,000년만의 기록적 폭우로 사상자가 200명 이상 발생했으며 같은 해 미국 데스벨리 국립공원에서 최고기록 56.7도라는 폭염이 기록되기도 했다. 중국의 허난성 폭우로 지하철 승객 수십명이 사망하는 광경이 보도되었으며 우리나라도 금년 태풍 한남노가 경상북도 포항시와 경주시를 중심으로 부울경지역,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으며 특히 포항시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포항제철소가 창립 이래 최초로 전면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약 1조7,3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산적 피해가 유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10년간(2009~2018) 기상재해로만 194명의 인명피해 및 약 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재산피해와 복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약 12조로 추정된다. 이러한 기후변화,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화석연료에 대한 계속된 의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3년간 전 세계적 팬데믹인 코로나19 발생으로 인류가 위기를 겪었는데 이 또한 기후위기가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이렇게 기후위기의 심각성 인식이 증대되면서 주요국에서는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하고 구체적인 경제·사회 정책을 단계적으로 발표하는 등, 빠른 속도로 기후위기 대응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주요 정책 이행 사항을 보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탄소국경 조정제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부터 시행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의 성공적 정착으로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이후 감소추세로 전환하고 있으며, 태양광, 풍력 등에 대한 과감한 설비투자 및 정부 지원 확대 등으로 전 세계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EU에서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내기업 제품의 수출단가 인하 또는 수출량 감소가 이미 우려되고 있으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투자조건으로 꼽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관련 부품·원료 생산 등 연관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대전환이 필요하다. 2015년 기준으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3이 에너지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기인하며, 1990년 대비 비중도 4%포인트 증가하였다. 따라서 사실상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에너지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전환이 필수적이다.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전환의 방법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에너지 수요의 감소 등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인류 산업활동의 기폭제였던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단하고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총체적 노력이 최근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최근 약 17%에서 27%로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석탄의 비중은 2017년 28%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인 27%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2030년 이전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점진적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생에너지 생산단가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균등화발전단가(Levelized Cost of Energy, LCOE)라는 지표로 비교평가해 보면 미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3년을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은 석탄(Coal) 및 원전(Nuclear)의 LCOE보다 낮아졌으며 2015년을 기점으로 복합화력발전(Gas-Combined Cycle)보다 LCOE가 낮아졌다고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확보가 가능해 진 것이다.
국내의 사정을 살펴보자. 최근 국내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였다. 문 정부가 탈원전을 내걸고 확충에 나섰지만, 2016년 3.4% 대비 지난 5년간 3.1%포인트 늘어났을 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2019년 한국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은 2.7%로 같은 해 일본(8.2%)과 미국(9.1%)의 3분의 1, 영국(23.7%)과 독일(28.1%)의 8~10분의 1 수준이었다.
앞으로의 여건이 꼭 어려운 것 만은 아니다. 최근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RE100 이행 지원방안을 발표하는 등 에너지전환을 위한 우호적인 정책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강력한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많은 국내 기업들도 기후행동의 핵심 주체로 나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쟁국들에 견줘 턱없이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높이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그에 따른 실천방안들도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사이에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기만 100% 쓰는 RE100 캠페인이 확산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세계 시장 참여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둘러 과거의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전례 없는 속도로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국회 연설에서 '국회 기후위기 탄소중립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이 대립이 아닌 보완 관계임을 인정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는 방안을 반드시 모색해 가야 한다"며 "'탈석탄·감원전·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정책의 미래"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사는 서남해안과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를 만드는 주원료인 햇빛과 바람이 넘친다. 과거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수도권-영남권-부산항을 이어주는 경부고속도로가 우리 산업발전의 시금석과 원동력이 되었다면 미래에는 에너지고속도로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에너지고속도로를 통해 전국 누구에게나, 어느 기업에나 우리 지역의 햇빛과 바람으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판매하게 된다면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기업과 일자리가 우리 지역에 생길 것이다. 또 가까운 곳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RE100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우리 지역에 몰릴 것이다. 과거 경부고속도로와 이에 연관된 산업화로 부를 축적한 영남권과 우리 농업을 지켰던 호남권과는 그간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 격차가 커졌다. 이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고속도로, 그리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산업체 유치를 통해 지역의 대전환과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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