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욱 시인 |
땀 흘린 만큼 소득을 얻는 정직한 농민들을 길거리로 내몬 것도 윤석열 정부다. 대한민국 1%에게는 무려 200조원에 이르는 부자 감세 정책을 펴면서 부족한 세금은 국민에게 떠넘겨 유리 지갑인 회사원들 직접세와 국민이 간접세로 감당하고 있다. 날로 물가는 폭등하고 임금 상승에 농자재값까지도 폭등했지만, 쌀값은 지난해보다 24%나 폭락했다. 올해는 폭락 정도가 심해 45년 만에 최대치다. 집값 상승을 기대해 재건축·재개발을 앞둔 신도시 주민들이 윤석열에게 투표했지만, 집값 역시 날마다 자동으로 폭락 중이다. 이를 마치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 펼쳐 집값이 떨어진 양 밥숟가락 얹는 행위는 후안무치하다. 일산(고양)·분당(분당)·중동(부천)·평촌(안양)·산본(군포) 등 약 30만호(戶) 재건축에 대해 임기 이후 다음 정부로 떠넘겨 2찍(2번 찍은 이들)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농민들은 하나같이 쌀값 안정을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극구 반대를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단 1%를 위한 정부는 존립 가치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 밥상을 책임지고 먹여온 농민은 안중에도 없고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양곡관리법 핵심은 '벼가 수요량보다 3%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전년 대비 쌀값이 5% 이상 폭락했을 때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한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 격리 의무화로 쌀 최저가격제(공정 가격제)이며 정부 쌀 매입 의무화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는 지나친 요구가 아니다. 노동자들은 임금 협상을 하고 파업을 할 수 있지만, 농민들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요구만 할 뿐 속수무책이다. 수천 년 이 나라를 지탱해온 농민들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 규정이다. 농민들 생존권을 위협하는 쌀값 폭락에 맞서 정부는 고작 쌀 수입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농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을 서슴없이 대책이라고 떠들고 있다.
쌀값 폭락 주범은 정부이다. 정부가 구곡(舊穀, 묵은쌀) 처리에 늑장을 부려 발생한 문제다. 올해 구곡은 42만8천톤으로 지난해보다 81%가 늘어나 19만1천톤이 증가했다. 구곡 처리는 농업 정책에서 기본이다. 전두환 독재 정권 때 수해가 나서 정부 양곡 보관 창고가 침수돼 쌀이 썩기 시작해 쌀을 버려야 할 지경에 이르자 그들이 생각해낸 묘안이 쌀막걸리였다. 구곡 처리를 못 해 추곡 수매가 소량에 그쳐 수요보다 공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 예상되자 그때부터 쌀값이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정부에 있어서나 농업 정책은 거의 공염불이었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선거 때만 반짝 농민들에게 다가가고 공약 이행 없는 정책만 남발했을 뿐이다.
식량이 무기가 되면 핵미사일보다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혜안(慧眼)이 있는 이들은 민족 생존권이 달린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면 식량 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 먹지 못하면 죽음뿐이다. 우리가 식량 주권을 가지려면 주식인 쌀뿐만 아니라 잡곡까지도 자급자족(自給自足)하는 농업 정책을 수립해야만 한다. 쌀마저 84%에 달했던 자급률이 최근엔 80% 아래로 떨어졌다. 잡곡 자급률은 3~4%에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지을수록 빚만 늘어나는 농업! 기본 소득이 보장되고 고령 농민들이 떠나 공동화(空洞化)로 치닫는 농촌을 살리려면 농업 기본소득제 도입이 시급하다. 농업에 종사한 것만으로 매달 혹은 매년 기본 소득이 보장되는 농업은 꿈이 아니다. 농업 기본소득제와 더불어 농민을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농민 기본법을 제정하면 밥 한 공기 300원 보장하라는 투쟁 대신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