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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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죽음

천황봉

앞 다퉈 활짝 핀 온갖 꽃이 그 어느 해보다 화사하다. 월출산 암벽 사이사이 양지바른 곳에도 이름 모를 야생화가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있어야 할 꿀벌들이 보이지 않는다. 노란 유채꽃, 분홍 벚꽃을 부지런히 헤집고 다녀야할 녀석들이 거의 종적을 감췄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웠기 때문일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봄철 활동을 시작해야 할 토종벌에 무서운 괴질이 번지고 있다고 한다. 1904년 인도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색브루드 바이러스’가 그 원인이라는데, 지구온난화를 틈타 미얀마, 태국, 중국, 일본을 거쳐 3년 전 국내에 상륙했다는 것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분석이다.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다니 이러다가 토종벌이 멸종하는 것은 아닌지 한봉농가의 근심이 크다.
꿀벌의 죽음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사육중인 꿀벌군집의 3분의 1 이상이 겨울을 못 견디고 떼죽음하는 ‘꿀벌군집붕괴현상’이 4년째 계속됐다. 그 원인으로 진드기 같은 기생충에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감염, 살충제, 집중사육방식에 따른 영양실조, 이동통신 활성화에 따른 각종 전파의 영향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
심각한 것은 꿀벌의 죽음이 지구생태계의 위기를 뜻한다는 점이다. 꿀벌이 없으면 꽃가루 수정이 안 된다. 이는 과일과 채소 등 식물 생육에 치명적인 일이다. 먹이사슬 상 당연히 동물과 더 나아가 인간에게까지 치명적이다. 꿀벌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공익적 가치는 50조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 꿀벌의 죽음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보다도 훨씬 심각한 사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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