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존된 전통문화 인상 유삼저 토대·흥행기반
검색 입력폼
 
기획특집

잘 보존된 전통문화 인상 유삼저 토대·흥행기반

中國 桂林에서 본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 <4>

중국의 인상 프로젝트는 소수민족의 전통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의 전통문화를 어떻게 보존하고 가꾸고 있는지는 보다 광범위한 취재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계림시내와 양삭지방 곳곳을 둘러보면서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의 전통에 대해 어떤 정책적 지향을 갖고 있고, 보존에 대해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잘 보존된 전통문화는 솔직히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더구나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이었다.■ 중국의 소수 민족과 전통중국의 민족은 한족이 다수를 차지한다. 12억명에 이른다는 한족은 중국 전체 인구의 91.59%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는 인구수에 따라 56개 민족 그룹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들 소수민족은 거의 모두 자신들의 언어를 갖고 있다. 이중 21개 민족은 자신들만의 문자도 갖고 있다고 한다. 회족, 민족, 서족은 한문을 그대로 쓰고 있다. 반면에 몽고족, 장족, 좡족, 시버족, 다이족, 위글족, 키르기스족, 다다르족, 러시아족 등 11개 민족은 고유의 문자와 통용 문자를 사용한다. 이족, 나시족, 묘족, 징퍼족, 리수족, 라후족, 와족 등 7개 민족은 비록 자신들의 문자를 갖고 있지만 거의 사용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나머지 34개 민족은 자신들의 문자가 없다.이처럼 중국 사람들끼리도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수민족들이 다양한 언어를 간직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우대정책 때문이다. 우리 동포인 조선족들이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계림에서 잘 보존된 소수민족의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 세외도원(世外桃源)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의 성공조건을 얘기하면서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전통 보전 의지를 집중 부각시키는 이유가 있다. 인상 프로젝트가 중국 내 소수민족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듯이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 역시 영암의 전통을 소재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가꾸는 노력과 함께 이를 관광자원화 해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역시 가장 향토적이고 전통적인 것이야말로 세계적인 것이다.
산수의 아름다움이 천하제일이라는 계림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양삭에서 본 전통문화 관광자원 가운데 압권은 세외도원(世外桃源)이었다. 둘러싼 산수풍경도 넋을 잃을 정도였지만 비록 연출이었을지라도 곳곳에서 보여주는 소수민족들의 전통문화는 부러웠다. 이 때문에 ‘아! 중국이야말로 관광산업으로도 세계 최강국이구나’하는 생각을 방문기간 내내 했다.
고대 중국의 유명한 문학가이자 시인인 도연명(376-427년)이 지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묘사된 정경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항상 마음속에 간직해왔던 이상 속의 세계로 여기며 이를 세외도원(世外桃源)이라 불렀다고 한다.
양삭의 세외도원은 한나라 이래 오래된 역로(驛道)가 있었던 곳으로, 지금은 적지 않은 한대의 고분유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필가산 일대 10여리 주변에는 주민들이 심어 놓은 복숭아나무가 있다. 매년 3월이면 말 그대로 도화(복숭아꽃)가 만발해 꽃구름을 만든다고 한다. 길을 따라 지어진 전원풍의 전통 가옥과 실개천의 오래된 다리, 깊게 난 동굴, 밭에서 일하는 촌민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이상향을 담은 세외도원 풍경화를 빼 닮았다.
■ 용성온천 가는 길의 요족마을
이왕 중국 여행을 온 김에 며칠 더 머물다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만든 용성온천에 가는 길에 자리한 요족마을은 아예 마을 자체와 주민들의 풍습이 관광지가 됐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단골 촬영지이기도 한 고산지대의 ‘다랑이 논’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요족마을 가운데는 세 곳 정도가 관광할 수 있는 곳으로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평안(平安)마을로 삼문홍요생태박물관과 용척제전이 있는 곳과, 왕락요채(黃洛瑤寨)로 천하제일장발촌으로 부르는 곳, 그리고 세문채(細門寨)라는 곳이다.
필자가 둘러본 곳이 세문채인데,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때다. 우리 일행이 마을 입구에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요란한 연주가 시작됐다. 환영한다는 뜻이란다. 넓은 방으로 안내되어 요족 특유의 결혼식을 보여줬고, 이를 축하하는 잔치도 이어졌다. 나름 신기한 광경이기는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억지’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잘 보존되고 가꾼 전통 마을 그대로나, 요족 주민들이 간직한 풍습 그 자체가 관광자원인데 구태여 억지 웃음 지어가며 호객 행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 두 번째 흥행비결은 잘 보존된 전통문화
양삭뿐 아니다. 계림시내 곳곳, 심지어 양강사호 유람선이 다니는 곳곳에도 전통문화와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섭씨 40도가 넘는 한 낮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이른 아침 등산을 시작한 천산공원에서 내려다 본 계림 시내는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도 건물 하나하나, 교량 하나하나 중국 특유의 전통미를 고스란히 살려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70년대 앞 뒤 가리지 않고 추진했던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힌’ 결과 얼마나 많은 관광자원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는지 문득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영암은 다행히 옛 전통문화를 상당부분 간직하고 보존하고 있다. 구림마을이 그렇고, 도기문화센터, 가야금테마파크 등이 그것이다. 여력이 된다면 구림마을 같은 전통마을로의 복원사업을 영암지역 전체적으로 확대시켜 착실하게 추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당장은 구림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담장문화’(필자는 아름다운 담장 쌓기를 그 자체로 ‘문화’로 부르고 싶다)를 영암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각 마을마다 확산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을 통해 특히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려면 가장 영암적인 것, 가장 향토적인 것이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국의 계림과 양삭을 둘러보며 느낀 인상 유삼저가 단기간에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두 번째 비결은 바로 이 잘 보존된 전통문화 덕택 아닌가 한다.
/글·사진=이춘성 기자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