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은 자연스런 것, 서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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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다름’은 자연스런 것, 서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

희망은 자기가 가꾸고, 사람다운 삶 물질로 계산해선 안돼
법륜스님 즉문즉설, 질문자들 울고웃고 청중들 박수갈채 이어져
‘2012년 희망 세상 만들기’ 전국 시군구 강연으로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법륜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5월15일 영암을 찾았다. 영암군청소년수련관에는 모두 260명의 청중이 모여들었다. 다른 지역의 경우 강연장이 꽉 차고 바닥에까지 앉아서 법문을 듣는 모습과는 다소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진지한 모습으로 즉문즉설(卽問卽說) 강연을 청취하며 그 때 그 때 박수로 호응하는 청중들의 모습은 영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날씨 얘기와 새로 뚫린 남해고속도로 영암∼순천 구간 얘기로 강연을 시작한 법륜스님은 “오늘 여러분과 만나게 된 것은 승려로서 불교를 전파하러 온 것은 아니다. 종교를 넘어서서 대화하기 위해 왔다”면서 “경제적인 성장,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이젠 그것을 깨달을 때가 되었다. 소유를 많이 해야 행복하고 그러지 못해 불행하다는 생각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대화를 유도했다.
법륜스님은 이어 “조금 나은 곳에 가서 산다고 더 행복하다, 더 나은 조건이 된다고 행복하다고 말하기 곤란하다. 이런 깊은 고민에 빠졌던 분이 바로 부처님“이라고 소개하면서 “부처님은 왕자로 태어나 물질적 풍요, 경제적 여유, 사회적 지위, 대중이 우러러보는 인기도 있었다. 남이 보면 저 삶이 괴로운 일이 뭐가 있나 했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 않았다.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는 것이 무엇일까? 그는 그것을 찾아 왕위를 버리고 고행을 하고 그 답을 찾았다”고 소개했다.
법륜스님은 “부처님은 무엇을 잘못 생각해서 괴로울 수밖에 없는가, 어떻게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달리하면 행복해질 수 있느냐를 가르쳤다. 대기설법이다. 인연을 따라 그 사람 처지에 따라 법을 설했다. 오늘 부처님처럼 그렇게 해보자. 우리가 갖고 있는 고뇌를 이야기해보자. 내가 갖고 있는 삶의 고뇌에서 출발해 벗어나는 길을 찾아보자. 이것이 강연의 취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늦둥이 중학생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 있으나 공부를 너무 싫어해서 걱정이라는 한 주부의 고민을 들은 법륜스님은 “괜찮아요. 놔둬 보세요.”라고 잘라 대답했다. 다음은 법륜스님의 발언요지.
“학교 공부 잘한다고 인생 잘사는 것 아니다. 우리 얘는 아예 공부 안한다? 괜찮다. 놔둬 보라. 아이들을 가르칠 때 4가지만 엄격하게 가르치면 된다. 남을 때리거나 죽이는 것, 훔치는 것, 성폭력 하는 것, 거짓말하는 것 등. 공부를 안 한다, 성적이 떨어진다, 공부 안 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남에게 도움을 준다. 굉장한 보살이다. 이런 것은 칭찬을 하거나 칭찬 못하면 대화를 해야 한다.
앞의 4가지를 야단쳐야 한다. 앞의 4가지는 야단을 안치고 공부만 잘 하라고 하면 가치관의 혼란이 온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학교폭력이 뭐가 문제냐? 바로 때리는 것, 훔치는 것, 성폭력 하는 것, 거짓말하는 것, 그것이 문제다. 학교문제가 아니라 집에서 부모가 인간 기본 윤리보다 공부를 중요시해서 생긴 문제다. 사람이 먼저 되고 다른 것이 되어야 하는데 사람은 수준도 안 되는데 다른 걸 가르치니까 신문에서도 보듯이 임기 말이 되니까 권력 있던 사람이 줄줄이 감옥 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다 학교 다닐 때 공부깨나 했던 사람들이다.
대화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공부 중에 엎드려 자는 아이가 있다. 놔둬야 한다. 오히려 담요를 덮어주든지 해야 한다. 야단치면 안 된다. 피곤한가 보다. 그래도 공부를 해야지 않느냐 그럴 때는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에는 원칙이 필요하다. 엄마가 지혜로우면 된다. 아이가 공부를 재미나서 하고 싶을 때 하도록 하고 성적에 연연하지 마라. 80%가 대학 간다. 다 가니까 변별력이 안 생긴다. 너는 가지 마라. 소수가 되면 귀하다. 그렇게 말해줘야 한다.
앞으로는 도시에서 어렵게 사는 것보다 농촌에서 농사지으면서 맑은 공기, 건강하게 육체 노동하는 삶이 훨씬 값어치 있는 삶이다. 공부를 못하면 저절로 이쪽에서 살 수 있는 터전이 된다. 적어도 공부하고 노는 아이가 자살할 확률이 있나? 그것이 중요하다. 억압하는 데서는 청소년 자살이 커진다. 우리 아이가 좋구나 하고 아이를 긍정적으로 봐야 자식이 잘 된다. 문제다 하면 문제아가 된다. 우리 아이는 건강해서 너무 좋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기도하면 엄마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아내가 처가에 다녀와서는 변화가 없는데 본가에 다녀와서는 힘들어 한다는 한 남편의 고민을 들은 법륜스님은 “서로 남남이었던 부부가 만나 살면서 역시 생전 처음 보는 시부모와 장인장모를 내 부모처럼 대해달라는 것은 억지”라고 충고했다. 갑작스런 남편의 고민토로에 당황해하는 아내를 일으켜 세운 법륜스님은 시부모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실토(?)하게 만들면서 끝내는 부부가 서로 포옹하게 해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다음은 법륜스님의 발언요지.
“인간사는 각자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사물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른 것을 취사선택해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자기 의견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처지를 ‘당장 살아갈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이래도 희망이 있느냐”고 따지듯 질문한 한 주민과 상당시간 대화를 나눈 법륜스님은 “어려워도 웃으면서, 남을 도우면서 살면 삶은 바꿔진다. 희망은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바꾸는 것이다”고 충고하면서 “사람다운 삶은 물질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다”며 6남매로 어렵게 생활해온 자신의 옛 처지를 빗대어 장시간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에 앞서 법륜스님은 청소년수련관 귀빈실에서 황주홍 국회의원 당선자와 도갑사 주지 월우스님, 강우석 전남도의원, 김철호, 유영란 영암군의원 등과 환담했다.
또 강연 후 사인회가 거의 끝났을 무렵에는 얼굴에 화상을 많이 입은 젊은 남자가 법륜스님 앞에 정중히 합장하면서 “법문을 듣고 많은 힘을 얻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해 강연회 내내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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