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적극적’ 보전, 영암 이미지 업그레이드에도 好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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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월출산 ‘적극적’ 보전, 영암 이미지 업그레이드에도 好機

구정봉 장군바위 등 논란은 소모적…군 적극 해소 나서야

군과 군민들이 심혈을 기울였고 염원했던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국립공원을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환경부가 시범사업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해상을 제외한 내륙형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개설을 사실상 모두 불허했기 때문이다.
군은 환경부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계획을 더욱 보완, 케이블카 개설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하지만 사업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식이 불가피해 월출산 국립공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방안마련이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본보는 지난해 5월 시작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중단했던 ‘재발견 Upgrade! 국립공원 월출산’이라는 타이틀의 ‘아껴둔 국립공원, 이젠 지역 위해 활용하자’는 캠페인<본보 2011년5월20일자 참조>을 다시 벌이고자 한다. 특히 그 첫 번째 주제로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이 잠시 난관에 봉착함에 따라 그 대안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구정봉 ‘큰 바위 얼굴’을 영암의 랜드마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점검한다.
국립공원 월출산은 두말할 나위 없이 영암의 상징이자 영암인의 ‘마음의 고향’이다.
전국 20개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작은 면적(56.100㎢)인데다 대부분 교목군락을 형성하지 못하고 암석과 관목림으로 이뤄져 있어 대형동물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경관자원이 전국 어느 국립공원과 견주어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데다 역사·문화자원 또한 풍부하다. 산악(山岳)은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부르기가 되레 허전할 정도로 조형미가 뛰어난 거대한 예술품 그 자체다.
특히 천황봉(809m), 향로봉(743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구정봉(738m)은 영암사람들은 물론 등산객들이 유난히 선호하는 봉우리다. 이는 전해 내려오는 다음 전설처럼 영암의 지명유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월출산에는 세 개의 동석(動石 흔들바위)이 있어 하나는 구정봉 아래, 나머지는 도갑과 용암 아래에 있다. 구정봉 흔들바위 높이는 1m가량 되고 둘레는 열 아름쯤 되는데 서쪽은 석골(石骨)뿐인 산머리에 붙어있고, 동쪽은 끝없는 절벽에 걸려 있다. 이 삼동석(三動石) 때문에 이 땅에 큰 인물이 난다하여 이를 시기한 중국 사람들이 바위 세 개 전부를 떨어뜨렸는데 놀랍게도 그 중 하나가 스스로 제자리로 올라가는 고로 그 바위를 ‘신령한 바위’라 하여 고을을 영암(靈巖)이라 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 구정봉 명칭논란 해소 군이 나서야
월출산의 여러 기암괴석 산봉우리 가운데 이처럼 구정봉에 대한 기록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 특히 최근 들어 화제가 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구정봉이 ‘큰 바위 얼굴’로 세상에 알려지면서다. 보다 정확히는 사진작가 박철씨가 2009년1월 ‘큰 바위 얼굴’로 명명, 지난해 영암군의 지원을 받아 안내책자를 발간하는 등 스토리텔링(Story-Telling)하면서 구정봉이 큰 바위 얼굴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구정봉을 큰 바위 얼굴로 부르는데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본보가 캠페인을 잠시 중단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박철씨는 최근 월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등산로에 구정봉은 ‘장군바위’라는 안내판을 설치, 큰 바위 얼굴을 보기 위해 구정봉을 찾은 이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철씨는 영암군(1988)과 영암문화원(2006)에서 발간한 영암의 지명유래지 등을 꼼꼼하게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한 지역의 지명은 그 지역에서 인식하고 있는 의미의 연장선에서 보아야 한다. 과연 장군바위가 영암의 지명이 시작된 구정봉의 품격에 맞는 이름인지 의문이 든다. 1972년~2006년 사이에 발간된 영암의 문헌에는 구정봉의 별칭으로 ‘진사바위’는 있으나 ‘장군바위’는 없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박철씨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할지라도 구정봉을 큰 바위 얼굴로 부르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는 것이 본보의 입장이다. 장군바위 보다도 큰 바위 얼굴로 스토리텔링 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더구나 이는 그동안 ‘소극적 보존’에만 머물러 있었던 국립공원 월출산을 이제는 ‘적극적 보존’ 차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캠페인의 취지와도 일맥상통 한다.
다만 지명에 대해 논란이 있는 만큼 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정리해낼 필요가 있다. 구정봉에 대해 큰 바위 얼굴로 스토리텔링 해 나가되 적절한 시기에 군이 지명위원회 등을 열어 여러 문헌들을 토대로 군민들의 뜻을 수렴해 공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는 이유이다.
■ ‘큰 바위 얼굴’ 스토리텔링의 가치
앞서 지적한대로 구정봉 큰 바위 얼굴이 급속히 확산된 것은 구정봉에 대한 옛 문헌과 자료들을 토대로 그 의미를 미래지향적으로 펼쳐낸 희망의 메시지(스토리텔링) 때문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한 역사적 사건과 때를 같이 한다.
미국의 큰 바위 얼굴(Old Man of the Mountain)은 다름 아닌 산의 정상 부근에 있는 13m 가량 되는 사람얼굴형상의 바위를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 1804-1864)이 스토리텔링 해 홍보한 것이 계기다. 그 결과 한 해에 10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0여년 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던 미국의 큰 바위 얼굴이 지난 2003년5월3일 폭풍우에 부서졌다. 그로부터 5년8개월 후 대한민국에 미국 큰 바위 얼굴의 다섯 배가 넘는 웅대한 큰 바위 얼굴(구정봉)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관광객들은 그야말로 천운(天運)이 왕인의 고장 영암에 내렸다고 수군거리고 있고, 국내 역학자들 역시 앞 다퉈 구정봉 큰 바위 얼굴에 신기(神氣)를 부여하고 있다. 구정봉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이다.
주지하듯이 한 사물이나 상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드러내는 이름을 붙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운남성(雲南省)의 무량산(無量山) 국가일급자연보호구에서 자생하고 있는 녹차나무의 줄기가 특이하게 보라색을 띠고 있는 것을 ‘21세기에 홀연히 나타난 길조(21世紀新發現)’로 스토리텔링 해 차별화된 상품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박철씨는 “이미 소문이 난 바와 같이 21世紀新發現이라는 타이틀은 월출산 큰 바위 얼굴만큼 잘 어울리는 대상이 없다. 희망과 꿈의 메신저로 홀연히 지구촌에 나타난 월출산 큰 바위 얼굴이야말로 21세기에 나타난 길조(21世紀新發現) 중의 길조(吉兆)”라고 자신한다.
박철씨는 특히 “민선 4,5기를 지나면서 그동안 심혈을 기울인 결과 이제 영암은 세계인들이 찾아와도 자긍심을 가질 만큼 잘 가꾸어진 고장이 되었다”면서 “이제 남은 문제는 지자체간의 치열한 관광객 유치경쟁에서 영암을 부각시킬 만한 이슈가 아직 부족한 만큼 산수뮤지컬이나 월출산 케이블카사업이 정체된 가운데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널리 퍼져나가고 있는 월출산 큰 바위 얼굴을 활용해 ‘큰 바위 얼굴의 고장 영암’을 알리고 활용한다면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영암의 모든 영역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암군의회 김철호 의원은 구정봉 큰 바위 얼굴의 영암 랜드마크 활용을 지난 제207회 임시회 군정질의에서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큰 바위 얼굴은 어쩌면 케이블카 개설보다도 월출산 국립공원을 활용하는 방안일 수 있다”면서 “군이 앞장서고 언론과 민간단체들이 적극 나서 ‘영암의 큰 바위 얼굴’을 알리고 스토리텔링 해나간다면 엄청난 관광 부가가치가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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