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와 오만은 소통의 여유로 날려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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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와 오만은 소통의 여유로 날려 보내자

월우 스님 / 월출산 도갑사 주지

국어사전에 오기(傲氣)란 ‘힘은 모자라면서 남에기 지기 싫어하는 마음’을 뜻한다.
오만(傲慢)이란 ‘잘난체 건방짐’을 뜻한다. 이솝우화에 어느날 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 시합을 했다.
먼저 바람이 ‘쌩-’힘껏 입김을 분다.갑작스런 바람에 놀란 나그네는 외투의 깃을 ‘꼬옥-’부여잡았다. 나그네는 단숨에 날려버릴 듯 점점 거세지는 북풍에 외투의 단추는 꼭꼭 잠기고 나그네의 몸은 점점 더 움츠러들기만 한다. 기진맥진해진 바람이 물러서자 해는 빵긋 웃고는 따스한 햇살을 비추기 시작한다.
잔뜩 움추러들었던 몸이 펴지고 점점 뜨거워 지는 햇살에 나그네는 이내 땀을 흘리며 외투를 벗어 들었단다. “우와~해 만세!” 어린 시절 왠지 모르지만 정의의 편이 이긴것 같은 분위기에 모두들 즐거워 하며 박수를 쳤었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곰 세마리’나 ‘정글탐험’을 부르며 춤을 추웠던것 같다.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개운하지 않는 뭔가 불편한 느낌 때문에 나로서는 그 동화를 좋아 할수가 없었다.
“그렇다. 그런데 그게 다야?”뭐가 잘못됐지? 오늘의 교훈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나 ‘페어플레이를 합시다!’가 아니라 ‘힘 보다는 지혜요,타율성 보다는 자율성의 힘이 세다’였다.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설명할 수는 없어도 직감할 수 있었던 건 분명히 분명히 무언가가 더 있었다.그 후로 외투 벗기기 시합을 자주 구경할수 있었다. 여전히 바람은 기진맥진할 때 있는 힘껏 입김을 불지만 번번이 부드러운 웃음을 띤 해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야 말았다.
기진맥진해질 때까지 처절하게 북풍을 불어 대 봤자, 바람은 여유있게 웃는 해는 이길 수 없다.해와 바람의 역활은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걸까? 농담이나 유연한 사고를 할 여유도 없는 상태에서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죽을 힘을 다해 북풍을 몰아대는 정도였을 게 뻔 하다.
바람에게도 약간의 여유만 있었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이 시합은 한낮의 무료함을 날려준 가볍고 유쾌한 장난일 수 있었을 거다. 기진맥진 시뻘건 얼굴로 굴욕감을 느끼는 사건일 필요까지는 없는 장난 말이다.
약간의 장난을 칠 수 있을 만큼의 여유조차 잃어버리는 순간 처절하고 악착같은 승부만이 남는다. 별로 좋은 결과도 못 봐았지만 그런 시합은 승패에 상관없이 불편하고 숨이 막힌다. 여유를 잃어버리는 순간부터 인생은 지루하고 피곤해져 버린다. 바람아, 불어라 ~산 위에서 부는 바람,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스트레스(stressed)를 반대로 하면 디저트(desserts)다.”자살”을 반대로 하면 살자가 된다.
생각을 바꾸고 여유를 가지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탐욕과 집착을 끊는 그 자리가 극락정토라 했다. 마음먹기에 따라 한순간에 극락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한다는 말이다. 오기와 오만을 영어로 풀이하면 에레건스(arrogance)다.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여준 역대정치 지도자의 정책을 보는 것 같아 씁쓰래한 생각이 든다.
오기와 오만으로 인해 국민과의 소통은 점점 멀어져만 가고있다. 우리 다함게 현실의 가치를 벗어버리고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바탕으로 소통의 꽃을 활짝 피워야 한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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