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수거함으로 간 ‘영암군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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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재활용 수거함으로 간 ‘영암군 소식지'

소식지 예산 1년에 2억이라니?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고 김대중 대통령이 행동하는 양심을 호소하셨던 것처럼 잘못된 것에 대해 불평만 할 뿐 실천하지 않으면 ‘비판’이 아닌 ‘비난’에 그치고 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9월 11일 우리 아파트 우편함에 가가호호 꽂혀있던 영암군 소식지에 대한 것이다. 무의식 중에도 여러 차례 군정 소식지가 세대주의 이름으로 우편함에 꽂혀 있어 받아 본 기억이 난다.

영암군민이라면 누구나 봤을 법한 영암군정 소식지는 영암군 자치발전과를 통해 알아보았더니 일 년에 세 차례 영암지역 전 가정에 발송되고 있었다. ‘2009년 여름호/통권 83호’인 소식지를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우선 표지가 9월 가을로 접어든 지가 10여일이 지났음에도 기찬랜드에서 많은 인파가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사진이니 철에 안맞았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소식지의 그 내용이었다. 현 군수의 정치철학에 맞춰 일관된 기조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업들이 아니라 총 천연색의 사진은 상당수가 현군수의 테이프 커팅식, 사업설명회, 수상식, 준공식 등의 연설장면 등이었다. 비판적 표현으로 정리해보면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의 사진들 일색으로 눈을 거슬리게 했다.

군수가 참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그러한 사진이나 짤막한 사업들마다의 개요를 가지고는 느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지역사업에서 영암군민들이 알고싶어 하는 정보나 궁금한 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내용, 또 변화되어가거나 여전히 이루지 못한 일들에 대한 심오한 고뇌를 소식지를 통해 기대했다면 지나친 것일까?

말 그대로 ‘소식지답게’ 만들려고 했다면 군에서 하고 있는 사업과 그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정보지로써의 역할만 하면 된다. 이처럼 많은 분량으로 집집마다, 일 년에 세 차례씩 만드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우리 군과 비슷한 인근지역에 사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군정소식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가까운 강진과 보성이었는데 강진은 집에서 소식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고 보성의 경우, 일 년에 두 차례 소식지가 나오기는 한데 민원실이나 은행과 같은 공공장소에 비치해서 원하는 주민들이 가져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상식이 아닐까? 이러한 사실을 군청 자치발전과에 문의했더니 “각자 시군마다 특성이 있어 다르다.”라고 답변했다.

각 시군마다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예산을 가지고 일 년에 세 차례나 이런 군정 소식지를 발행하고 배포하고 있는지, 군 예산 심의는 군의회에서 하는 걸로 아는데 표지 포함해서 26장의 책자로 만들어진 소식지에 드는 비용이 적합한 것인지, 그 내용은 바람직한지가 통권 83호가 나오도록 한 번도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심각한 일이 아니다 할 수 없다. 소식지에 쓰여지는 군 예산이 매년 2억 정도 되는데 이러한 예산이 군정홍보를 통해 군과 군민들을 위한 것인지도 의문이 간다.

오후에 아파트 입구 우편함에 어지럽게 꽂혀 있던 군정소식지가 저녁에 보니 반송함이 좁아 그 위까지 수북이 쌓여있고 다음날 보니 한 세대의 우편함에도 없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그것은 아침에 아파트 현관을 청소하시는 분이 아쉽게도 다 수거해서 종이 재활용함에 넣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것은 우리 아파트만의 현실이 아닐 것이다. 쓰레기가 되어버린 영암군 소식이라면 이대로는 안된다. 군의회에서의 엄밀한 심의와 발행처인 영암군의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군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살기 좋은 영암군을 만들기 위한 군의 노력들이 생색내기가 아닌 진정성으로 다가올 수 있는 소식지, 그래서 ‘군정소식에 이러저러한 내용들이 있더라, 구해서 봐라.’라는 말들이 오고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식지 말미에 제 15회 영암군 여성백일장공모에 최우수작으로 뽑힌 시 전문을 실은 것이 딱딱한 소식지에 구색 맞추기로 넣었을지는 몰라도 좋았다. 생활 속에서 시를 쓰며 부단히 살아가는 이웃의 작품과 얼굴을 싣는 것, 다른 내용들도 이처럼 소소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와 우리 이웃의 시각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승아 (삼호읍)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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