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 천안함 늪에서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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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 천안함 늪에서 벗어나려면

2010년 10월, 대한민국은 아직 천안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여론조사에서도 30% 이상이 천안함사건을 북한이 저지른 사건이라는데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북한과의 경색국면을 풀 실마리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북한의 동북3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북·중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대를 이어 북·중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자”며 북한의 3대 세습 권력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중국은 왜 이렇게 거리낌 없이 북을 두둔하는 것일까?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게 일어났다. 중국 역시 국제사회의 여론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북한의 로켓발사를 규탄하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과 2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에 찬성했다. 이때부터 세계 언론과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분위기가 잠시 일었다. 북한도 덩달아 중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당한 냉각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였다. 국제사회는 북·중 관계가 경색될 것이라는 착시현상에 빠졌다.
그러나 2009년 9월, 비등했던 국제사회의 비난이 잠시 소강국면에 있을 때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다. 곧 이어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이 이어지면서 세계는 북한의 핵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핵문제에 대해서는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구체적인 해결방안 없이 끝났다. 평양 순안공항 도착한 원지아바오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영접 나가 뜨겁게 포옹하는 것으로 북중 혈맹의 관계의 건재함을 만천하에 과시하였다. 양국 사이의 균열을 봉합하는 절차였다.
2010년 현재, 4월의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하여 국제사회에 북한의 만행을 고발하는 우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북중 밀월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정일이 두 번 씩이나 중국을 방문한데 이어 3대 권력세습을 강행하였다. 또한 중국은 북한의 경제난 해소에 도움을 주기위해 북과 인접한 동북3성 개발에 250조원을 투자하는 특구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유엔의 제재결의에는 동참했지만 그 실행에서는 협조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 뒤에는 북·중 관계의 역사와 특수성이 깔려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힘에 의지하여 일방적 주도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 그 이유는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과 함께 혈맹이라는 전통적 우호관계 때문이다. 반면에 북한은 러시아(소련)와 중국 사이에서 나름의 독립성을 보여 왔다. 대표적으로 김일성의 집권과정에서 1956년에 일어난 ‘8월종파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소련파는 물론, 중국의 연안파를 모두 숙청했다. 그 이후에도 북한은 주체사상을 앞세워 외세의 영향력을 적절히 차단했다.
또 하나는, 중국 대외정책의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강조하는 가장 주요 원칙은 1954년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제시한 “영토 및 주권 존중, 상호불가침, 내정불간섭, 평등호혜, 평화공존”을 내용으로 하는 ‘평화공존 5원칙’ 이다. 중국은 이 원칙에 근거하여 티베트와 신장 등의 독립과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외교노선도 자신들이 내세운 이러한 원칙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이러한 대외원칙에 더하여 북·중 관계에서는 철저하게 실리추구를 고수한다. 중국에 있어 북한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중국대륙으로 미치는 것을 차단하는 방패로 북한을 활용한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가장 큰 안보의 위협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혼란 상태에 빠지거나 자신들의 영향권 밖에 있는 것은 실리를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천안함의 늪에서 나와 對중국 외교노선의 실질을 점검하고 새로운 전략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18년만인 현재, 대중국 교역규모가 26% 수준으로 첫 번째 교역국이 되었다. 미국과 일본을 합친 17% 보다 많다. 대외무역 흑자의 80%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은 대중국 교역의 비중이 75%를 넘고 있으며 에너지는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는 흔들림 없이 지켜가야겠지만 러시아, 일본 등 열강 속에서 남북이 서로 휘둘리지 않는 선택만이 살길이다.
김명전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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