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영암지부(지부장 박 철)가 2024년도 영암문인협회 회원들의 창작활동을 정리한 문예지 ‘영암문학 22호’를 발간했다. 영암문학은 영암문학동인회와 여류문학회인 솔문학회의 10여 년의 활동을 거쳐 2003년에 한국문인협회 영암지부로 출범했으며, 54명의 작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금번에 발간한 작품집에는 강우석·강종림·김길환·김문순·김봉균·김이호·노유심·박석배·박선옥·박춘임·봉성희·신기평·신순복·신용기·오금희·유영기·임영자·전갑홍·전석홍·정정례·조세란·주봉심·최영복 작가의 시와 김선형·김해곤·박철·최인숙 작...
문화/생활 이승범 기자2025. 01.03낭주중 제22회 동창회(회장 이성수)가 4월 28일 광주광역시 라마다 플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동창회에는 서울 및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동창들과 광주, 목포, 광양, 순천 등에 거주하는 동창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낭송, 행운권추첨 등이 이어져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동창회 화합과 발전을 위해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헌신한 이중효 전 전라남도지사 후보에게 공로패가 수여됐다. 이성수 회장은 “서울 등 전국각지에서 다양하게 활약하는 동문들의 저력은 영암 낭주중 22회의 자랑이다”면서, “...
교육 이승범 기자2024. 05.02내가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지나온 세월과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모든 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어느 때에는 햇살의 따스함에 묻혀 설렘으로 사랑의 집을 지었다 내가 그대를 생각할 때 어느 순간에는 홀로 삭히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늘 떠날 채비로 마음을 다잡으며 초야의 머금는 모습으로 그리움을 색칠하고 있었다 내가 그대의 이름을 부를 때 솟아나는 마음의 샘에서 채워지는 숫자의 무게를 느꼈다 한 발짝 다가갈 때면 자꾸만 작아져 난쟁이가 되어 걸어온 길만큼 곱으로 뒷걸음질하게 되었다 내가 그대를 그릴 때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붓으로 오색 찬란한 그리움 범벅 늘 색칠 하고 있었다 미칠 것 같은 순정을 품으며 수놓은 꽃길 밟고 올 사람이었다 노유심 영암문인협회 회원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12.22구순을 바라보는 어르신 사십대에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기름기를 빼지 않고 눈꺼풀만 칼로 자르니 호랭이눈이 되어서 남편이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고 저 윗동네 누구 각시는 수술을 했는데 배암눈이 되었다고 무서워 못 쳐다보겠다고 하고 저기 또 누구냐 거그는 꼬막눈이 되었다고 웃겨서 눈을 못 마주친다 하고 친척 중 누구는 치켜 든 눈꼬리가 수술해서 여우눈이 되었다고 크게 웃으시더니 눈까지마! 최인숙 영암문인협회 회장 역임 전남문인협회 회원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12.15호기심 어린 유년엔 보리밭 위에서 뭐라고 지저귀는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가 신기했다 유년이 가고 나의 배는 항구를 떠나 푸른 바다를 향해 때로는 거친 파도와 싸우고 때로는 잔잔한 바다를 거울처럼 잔잔하게 미끄러져 가기도 하였다 무서울 것이 없는 질풍노도의 항해에서 나는 상어를 잡는 선장처럼 융맹하였다. 그러는 동안 바다 위에 갈매기가 날고 태풍이 불고 눈이 내리고 하늘엔 먹구름이 으르렁거렸지만 나의 눈빛은 매처럼 매서워 갔다 이제 항구에 들어서니 마침내 파도가 잔잔하고 저녁 불빛이 이토록 반가울 수가 없다 비로소 저녁 바다를 바라보면 오래 잊고 있었던, 그래서 나의 기억을 일깨우는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60년 만인가, 70년 만인가 인생을 모두 허비한 후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나...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12.08섬진강을 따라 달리다 '개운한 역'에 한바탕 웃음을 남겨두고 산 중턱 소나무숲 사이로 친절하게 도. 깨. 비. 마. 을. 가을바람이 낯선 길을 앞장선다 할머니 무릎베개 삼아 도깨비 이야기에 스르르 잠들었던 어린 시절 추억이 하나, 둘 되살아 나 구불구불 좁다란 길 따라 수많은 도깨비가 다녀갔으리라 빗자루 도깨비, 몽당 도깨비 키다리 도깨비, 물구나무 도깨비 달걀 도깨비, 멍석 도깨비 재치와 해학,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무한한 상상력과 권선징악의 교훈을 친절한 도깨비인형극을 통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하늘의 구름이 섬진강에서 노는 것처럼 동화의 세상에서 마음껏 꿈을 펼쳐볼 일이다 조세란 2003년 <문학21> 시부문 등단 동산문학 회원 영암문인협회 회장 역임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11.24엄마는 내가 어렸을 적 동생과 내옷을 만들거나 짜입혀 주실 때 미완성 상태의 옷을 중간중간 우리 가슴에 맞춰보며 품 넓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음식을 만들 때면 양을 충분하게 하여 마을에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에게 갖다 드리는 심부름을 퍽 시켰다 보따리 장수에게 밥을 먹여 보내거나 사람들을 불러모아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우리집은 우리 식구가 아닌 사람들이 수시로 오고 갔다 엄마는 그런 일들을 당연하게 하는 것 같았다 이제 생각해보니 옷도 품이 넓어야 편하듯이 살아 가는 일도 품을 넓게 가지라고 우리 엄마 낙낙한 품으로 참 많이 품고 사셨구나 전옥란 영암문인협회 회원 1999년 문학춘추 등단(시) 월간 전원생활 시와 수필 당선 2001 교육인적자원부 수기공모 장려상 수상 솔문학 회장 역임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11.10차가운 보도블럭 틈새로 가만히 얼굴 내미는 민들레 어둠 속에서 키운 수만 생각 옹골찬 꿈 꽃으로 피워내 조심조심 바깥세상 엿보지만 차마 엄두 못 내고 몸 낮춰 꽃잎만 달싹이는 민들레 봉성희 영암문인협회 회원 솔문학동인회 회장 역임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10.20보리타작이 끝나고 밭고랑 사이에 가만히 앉아 있는 보리 이삭 넓다란 밭고랑을 다 돌아 바구니 채워 집에 오면 어머니는 방망이로 보리 이삭을 가만가만 두드린 뒤 키질을 하면 깨끗해진 보리 알이 옹기 종기 들일이 끝나고 어둠이 지기 전에 엄마 손 잡고 복숭아 밭에 물물교환하러 가면 분홍빛 부드러운 복숭아 덤으로 먹고 바구니에 담아 집에 오면 모깃불 피워 오르는 평상에 앉아 너무 맛있어 웃어도 보고 엄마를 안아도 보고 그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해 가슴속에 피어나는 그리움 따뜻했던 엄마 품이 작은 미소로 피어나네 박선옥 영암문인협회 사무국장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09.15그냥 있어도 넘쳐나는 기쁨의 샘 멈출 수가 없다 부대끼며 살다가 누군가가 울고 웃게 하듯 누군가도 울고 웃을 수 있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채워주는 세상살이 그 넉넉함이 너이기에 좋다 언제까지나 오래오래 늘 곁에서 함께 하고픈 사람아 보고 있어도 그립고 또 보고픔은 너이기에 내 마음이 그래 노유심 영암문인협회 회원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09.08이태원 참사로 꽃들이 졌다 소리도 내지 못한 울음들이 목안에서 말랐고 "미안해요"라는 말만 차가운 거리에 회오리쳐 돈다 슬픈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애도하는 마음 안고 왕인묘전제 가는 길 마음 무겁다 논어10권과 천자문1권을 가지고 백제의 기술자들과 일본으로 떠났던 왕인은 태자의 스승으로 학문을 펴며 일본에 문명을 일깨워주고 환한 길을 열어주었다 백제인의 혼이 담겨진 법륭사에 들어가니 빗물 스미듯 젖어오는 감회, 우리의 손길이 묻어있고 기술이 펼쳐진 곳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5층목탑, 금당벽화, 보물들 백제는 일본 속에서 그렇게 고국의 사람을 맞는다 왕인박사의 묘는 오사카부 히라카타시 왕인공원에 있다 가을햇살이 나뭇잎마다 앉아 챔배드리고 무궁화나무 이끼낀 비를 지키며 고국의 소식 틈틈이 일러 준다...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08.18푸르름이 무성한 여름날 담쟁이 덩굴이 옆집 답벼락을 3층째 기어오르고 있다 붉은 벽돌이 신록으로 채색되어가는 것이 누가 연록의 물감을 듬뿍 붓에 묻혀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 같다 그런데 더 이상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벽돌색을 닮아가는 담쟁이 그림 누군가가 담쟁이 밑줄기를 칼로 그어버린 것이다 生은 담쟁이처럼 절벽을 오르는 일이어서 숨 가쁘게 오르다보면 목적지에 이르기도 하지만 느닷없이 길이 사라져 일탈하기도 하는 것. 누군가 나를 바라보면 어떤 풍경일까 이슥한 봄을 지나 무성한 여름 또한 지나 건물 끝에 올라 마침내 삶을 완성한 늦가을 붉게 단풍 든 담쟁이 덩굴 숲 같은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일까, 내가 그린 풍경화는. 주봉심 <현대문예> 시부문 신인상 당선 영암문인협회 부회장' 시집 <꽃을...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07.28한쪽 남은 청력에 보청기를 끼고 스마트폰을 열어 손가락으로 '톡, 톡' 손가락이 건조해 몇 번이고 시도하여 멀리 있는 자식들과 영상 통화로 안부를 묻고 또 묻는다. "나도 배울란다. 사진 찍는 거 가르쳐 도라∼" 소설(小雪)이 지나가는 11월 된서리에 초연한 국화꽃을 보여주고 싶으시나 보다 사진 찍는 것은 식은 죽 먹기 금방 할 수 있다, 잘 할 수 있다는 거짓말 같은 격려에 단기기억의 퇴보를 잊은 채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 찾아가는 경로와 돌아오는 길을 손가락 하나로 '톡' 외국까지 간다고 활짝 꽃이 되셨다 밤늦도록 딸의 전화기에 수북한 점을 잃은 자음과 모음들 조세란 2003년 <문학21> 시부문 등단 동산문학 회원 영암문인협회 회장 역임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07.21해묵은 물건이 들어 있는 서랍을 열었는데 빛바랜 편지 뭉치가 눈에 띈다 오래전 아들이 군에서 보내온 편지들 요즘은 군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어 수시로 안부를 듣고 전하니 편지를 주고 받을 일이 없다는데 무엇이든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변하는 세상이니 우표가 붙은 편지 봉투를 뜯을 때 심장이 쫄깃해지며 콩닥거리는 느낌을 아들의 아들은 알까 곰삭은 손편지 다시 읽어 보며 아슴한 기억을 더듬는 기분을 아들의 아들은 알까 푹 익은 묵은 김치처럼 오래된 편지에도 게미가 있다는 거 아들의 아들은 전옥란 영암문인협회 회원 1999년 문학춘추 등단(시) 월간 전원생활 시와 수필 당선 2001 교육인적자원부 수기공모 장려상 수상 솔문학 회장 역임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06.30지게에는 햇살을 가득 퍼담고 흙물이 밴 헌운동화로 들길을 걸어오시는 아버지 밭길 고랑마다 가을이 가라앉아 붉게 타 오르고 당신의 땀방울은 알알이 터지는데 아버지는 어디만큼 서시고 둥근달을 기르고 계시는가 가을은 지는 잎보다 더 가볍게 눈 속의 발목보다 더 시리게 뒷동산을 허무는데 대나무 숲가엔 어머니가 먼저 와 햇살을 길어담고 소의 미간을 쓰다듬으시며 오시는 그 분이 낯익은 기침소리 가을을 저렇게 허무하게 산마루에서 길가로 저물어 가는가 오금희 순수문학동인 강진온누리문학동인 숲동인 솔문학동인 영암문인협회 회원
보류 영암군민신문2023. 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