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회는 7월 1일 제9대 의회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제308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의장에 박종대, 부의장에 정운갑, 운영위원장에 정선희, 자치행정위원장에 이만진, 경제건설위원장에 강찬원 의원을 선출했다. 사진 중 강 의원은 촬영에 불참했다. |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남도당 영암지역위원회는 6월 26일 의회 소회의실에서 영암군의회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어 같은 내용의 원 구성안을 결정한 바 있다.
결국 이날 원 구성은 모양새는 '지방자치법'(제48조)과 '영암군의회 회의 규칙', '영암군의회 위원회 조례' 등에 근거해 이뤄졌으나, 영암군의회 의석 8석 중 7석을 독점한 민주당의 결정에 따라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요식행위로 진행됐다.
영암군의회 내 유일한 무소속인 고천수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의장 출마를 통해 민주당의 사전담합과 횡포에 고군분투 대항했으나 역부족이었고, 뒤늦게 민주당 복당이 이뤄진 박영배 의원은 자신은 배제한 채 몇몇 의원들이 모여 원 구성을 결정한데 대해 항의하며 본회의 자체에 불참했다.
강찬원 전 의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의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미리 내정한 박종대 의원과 이에 대항해 고천수 의원이 출마, 각각 정견발표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투표결과 박 의원이 6표를 얻은데 비해, 고 의원은 1표를 얻는데 그쳐 사전담합을 깨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종대 의장은 당선 인사를 통해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3년이 경과하면서 의회의 위상이 높아지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의정 혁신을 위한 의장의 역할은 한층 중요해졌다”면서, “군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현장 중심 의정활동을 강화하고, 소통하고 화합하는 열린 의정활동과 함께, 환경변화와 시대흐름에 적극 대응하는 능동적인 의회상을 정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천수 의원이 퇴장해 박영배 의원과 함께 2명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부의장 선출에서는 정운갑 의원이 단독 출마해 출석의원 만장일치(6표)로 당선됐다.
정운갑 부의장은 당선 인사를 통해 “의원들이 상호 화합하는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겠다”면서, “후반기 더욱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군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는 의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 상임위원장 선거에는 운영위원장에 정선희 의원, 자치행정위원장에 이만진 의원, 경제건설위원장에 강찬원, 고화자 의원이 각각 출마한 가운데 치러져, 정 의원은 6표, 이 의원은 5표(무효 1표), 강 의원은 4표(고 의원 1표, 무효 1표)를 각각 얻어 해당 상임위원장에 선출됐다.
자치행정위원장과 경제건설위원장 선거에서는 무효표가 각각 1표씩 나와 그 의미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실상은 박영배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 6명만 참석해 요식행위를 하다 보니 자칫 만장일치의 투표결과만 나올 것이 빤해 구색을 맞춘 꼼수 아니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이로써 마무리 된 제9대 영암군의회 후반기 원 구성은 총 8석 중 7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사전담합을 통해 독식하게 됐다. 2년 전인 전반기 원 구성 때에도 같은 행태가 반복되기는 했으나 세 상임위원장 가운데 운영위원장을 무소속에 배려한 바 있어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전국 의장’ 꿈 무산된 박영배 의원
“원 구성 논의과정서 배제 있을 수 없는 일”
제9대 의회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제308회 임시회에 불참한 박영배 의원은 “비록 복당이 늦어지기는 했으나 엄연히 같은 민주당 소속 의원인데, 내부 논의에 두 차례나 배제한 것은 매우 불순한 의도이자,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횡포”라고 성토했다.
박 의원은 “원 구성을 위해 열리는 임시회를 앞두고 의원총회가 예정되어 있었고, 여기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경쟁을 통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을 선출하기로 해 나름 동료 의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등 활동하고 있었다”면서, “이런 가운데 몇몇 의원들이 모여 특정인을 선출하기로 하면서 모임 자체도 모르게 한 것은 동료 의원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행위 아니냐”고 분노했다.
박 의원은 또 “8대에 이어 9대 의회 전반기 의장까지 한 의원이나 이제 막 의원이 된 초선 의원이나 똑같이 이번 일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대해 허탈감도 느껴진다”면서,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당에 항의하는 등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제9대 의회 후반기 원 구성에 따라 영암군의회 의원 가운데 8선으로 최다선인 박 의원은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장’에 도전해보겠다는 꿈을 사실상 접게 됐다. 그동안 다음 지방선거에 불출마 뜻을 피력해왔고, 8선 의정활동을 뜻깊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번 후반기 의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 의장 선거서 1표 얻은 고천수 의원
“특정 당 소속이어야 되는 장벽 깨고 싶었다”
제9대 의회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민주당의 사전담합 사실을 알면서도 이날 의장 선거에 출마한 고천수 의원(무소속)은 “2년 임기의 의장을 선출하는데 특정 정당에 소속된 후보자가 아니면 안 되는 ‘높은’ 장벽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서로 상임위원장이 되겠다며 티격태격하는 한심한 분위기를 보며 영암군의회가 반드시 바뀌어야 하고, 이는 초선이 아니라 재선 이상의 의정활동경험이 있는 의원이 의장이 되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당선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출마를 결심했다”고 이유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박영배 의원과 함께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영암군의회 의원 중 유일하게 무소속인 고 의원은 이날 의장 선거에서 정견발표를 통해 군민과 현장 중심의 의회, 지역현안에 고민하는 의회, 전문성을 가진 의회를 만들 것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으나 사전담합의 장벽을 깨지 못했다.
고 의원은 이에 의장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본회의장을 떠나 나머지 선거에는 불참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후반기 원 구성은 민주당 소속 의원 7명 중 6명이 남아 감투를 나눠 갖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됐다. 또 경제건설위원장 자리를 놓고는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맡은 강찬원, 고화자 의원이 경합하다 강 의원이 차지하는 모양새가 됐다.